Posted by Bann Audio on 2018-09-15
R2R DAC은 저항과 개폐 스위치(on/off Switch)를 사용하여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대표적인 ladder 형식의 DAC 형태는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 출처: TI DAC Essentials, The resistor ladder
이 회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1비트를 처리하기 위해서 저항 2개(R, 2R)와 스위치 한 개가 필요합니다. 16비트라면 저항 32개와 스위치 16개가, 32비트라면 저항 64개와 스위치 32개만 있으면 됩니다. 아주 단순한 회로이기에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R2R Ladder의 성능은 주요 부품인 저항과 스위치의 성능으로 결정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음질을 좌지우지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항은 전자 부품 가게에 아니라 좀 고급진 동내 문방구에서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쉽고 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항 한 개에 한 10원하던가요? 오히려 PCB 기판 가격이 더 비쌀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고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R2R Ladder 구조에서는 저항의 정밀도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회로를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저항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게 각 bit의 값을 대표하게 되어 있어서 저항의 정밀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 신호단계를 만드는 것의 한계가 지워집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저항의 정밀도는 10%입니다. 즉 100옴의 저항이 실제로는 95옴이나 105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1/10분의 정밀도입니다. 이 값은 3비트의 최대 표현 개수 2^3=8, 4비트의 최대 표현 개수 2^4=16과 비교해 본다면 대략 10% 저항으로 R2R Ladder 구조를 만들면 3.3비트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죠. 그러니 저항 정밀도를 좀 높혀서 이번에는 고급 저항이라고 할 수 있는 1% 저항을 사용해 봅니다. 1/100이므로 이것은 그림과 같은 표를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대략 6비트에서 7비트의 해상도 사이에 있습니다. 1% 저항이 10% 저항 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그래야 몇 십원 입니다.
표: 비트수에 따른 최대 표현 가능 수치
저항 정밀도만 높이면 우수한 성능의 DAC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서 4비트 분해능에서 7비트 분해능으로 개선하는 것은 10%에서 1% 저항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비용도 그렇게 비싸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제 10비트짜리를 만들어 봅시다. 10비트의 최대 표현수는 1,024입니다. 즉 1/1000의 0.1% 정밀도의 저항이 있다면 Perfect합니다. 0.1% 저항은 다소 비싸지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16비트를 만들어 봅시다. 최대수가 65,536입니다, 1/65536는 0.0015%가 됩니다. 이 정밀도의 저항을 구하면 16비트 DAC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앗! 그런데 0.0015% 정밀도 저항은 부품으로 팔고 있지 않습니다(물론 특별 주문하면 됩니다. NASA에서 0.005% 저항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정밀도의 저항은 0.01%입니다. 그것도 소매 가격으로는 개당 만원이 넘습니다. 저항 가격은 그렇다 하더라도 0.01%로는 대략 13~14비트 정도의 정밀도가 가능한 DAC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항의 정밀도가 R2R Ladder의 성능과 직결 되기 때문에 여러 발명가나 회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였습니다. 대략 3가지 방법이 대세입니다.
정밀도가 좋은 저항을 선별합니다. 0.01%라는 것은 가장 나쁜 상태의 값을 나타내므로 골라내서 우수한 것만 사용하면 됩니다. 특히 큰 신호 변화를 일으키는 MSB 부근의 저항 정밀도만 높여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0.01% 미만의 저항치를 계측하는 장비를 구하는 것도 선별하는 작업도 Hell입니다.
Sign-Magnitude 방식이라고 해서 오디오 신호의 음수와 양수를 서로 독립된 R2R Ladder 회로에서 처리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1bit를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PCM1704에 이 기술이 응용되어 있습니다.
Segment 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R2R 정밀도를 보상할 추가 회로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도 저항 정밀도가 높아야 어느 정도 보상 가능하고 한계가 존재합니다. 최신 Analog Device R2R Ladder DAC Chip에 이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중에는 판매되고 있는, 아니 예전부터 생산되고 있는 18bit, 20bit, 24bit 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 걸까요? 이건 칩 제조 공정에서 레이저 트리밍(Laser Trimm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저항을 레이저로 깍아 정밀도를 맞추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DAC이라는 것이 반도체 제조회사의 전유물이 된 것입니다.
레이저 트리밍 기술을 사용하고도 대략 0001% 내외의 정밀도 정도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24bit 해상도 구현은 불가능한 것이었고 20bit 해상도 조차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오디오용이니 이런 해상도 뻥 표시를 감수하고 사용한 것입니다.
레이저 트리밍 기술로 고정밀 실현이 안되기에 업계 최고 기술을 가진 Analog Device의 가장 최신의 20bit 정밀도 DAC Chip을 만들 때에는 정밀도를 보상하기 위한 Segment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최고 기술을 투자해서 만든 DAC의 해상도가 20bit입니다. 오디오용의 뻥 표기 제품이 아니라 진짜 정밀한 제품으로 최대 1bit 오차의 우주 항공용 초정밀 DAC Chip입니다. 가격은 1비트 오차가 있기에 실질 19비트인데 개당 20만원에 근접합니다.
다시 처음의 R2R Ladder 회로를 보시면 저항 이외의 스위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스위치들은 Bit 값에 따라 On/Off 되어 저항 네트워크의 아날로그 신호 값을 결정하게 됩니다. 저항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음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스위치는 열고 닫힐 때 전기적/자기적 잡음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오디오 신호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에 이 스위치들이 수시로 열리고 닫히면서 잡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잡음을 glitch라고 부릅니다.
그림: R2R Ladder DAC의 glitch. 삐죽 삐죽 튀는 신호가 스파이크 잡음인 glitch이다. 출처: Glitches in Digital to Analog Converters, University of Bridgeport
1kHz 톤 테스트와 같이 스위치 값이 변화하지 않는 테스트에서는 이 요소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일반인들은 이게 있는지도 모르고 굳이 오디오 제조 회사에서도 이것을 부각해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잡음은 음질에 꽤나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의외로 반도체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도 glitch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히려 제작 비용 한계로 특성이 더 나쁩니다.
여러분들이 익히 아시는 CD는 16bit에 44.1kHz의 형식입니다. 여기서 44.1kHz란 1초에 신호 변화가 44100번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DAC에서 이 신호를 처리하려면 당연히 스위치들을 44,100번 열거나 닫아야 합니다. 192kHz라면 192,000번 스위치 개폐 처리를 하면 됩니다.
44.1kHz이나 192kHz는 어디까지나 음성 신호의 샘플링 주파수이고 실제 DAC에서 디지털 필터 처리를 수행하면서 입력 주파수를 몇 배 또는 몇 십 배 Over Sampling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주파 잡음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Over Sampling의 배수 높임이 스위치의 능력으로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빠르게 개폐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이 스위치는 디지털 단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 전압을 인가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주요 부위에 들어가 있어 아날로그 특성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릴레이 스위치로는 이 속도를 따라갈 수도 없고 또 전자기 잡음 문제로 사용할 수 도 없습니다. 유도 저항이 작고 스위치 개폐 잡음도 적은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기술된 것 이외에도 저항 자체 소자 한계에 따른 열 잡음, 부품 상호간의 간섭, EMI/RFI 요소 등등이 복잡하게 결합되어 음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저항 정밀도 문제로 24bit 이상의 R2R Ladder DAC의 제조가 힘들기에 오디오용 DAC의 대세가 Delta-Sigma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R2R Ladder 회로에서 고민할 것은 사실 높은 정밀도의 저항과 고성능 스위치 소자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외에 신경 쓸 것은 없기는 합니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곳에는 당사 제품만이 아닌 오디오 전반에 대한 정보 공유 및 토론이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카페 이름이 대표이사가 쓴 'PC-FI 가이드 북' 책 이름과 같습니다. PC-FI 가이드 북 카페